내일로

travle 2009. 8. 12. 22:31 |


여행...

그 얼마나 설레고 가슴벅차는 단어인가.

나는 사실 그동안 여행을 해본적이 없다.
내나이 26살. 아니 25이라고 해야되나? (나는 내 나이를 어떻게 말해야할지 난감할때가 많다. 일명 빠른00..)

내나이 정도 되면 대학교때 유럽배낭여행가는건 기본이고, 방학때마다 해외로 국내로 배낭여행가고,
취업하고 나서는 휴가때 맞춰서 남태평양의 뜨거운 햇빛이나 동남아의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면 노을지는 해변가에 앉아서 칵테일한잔을 친구삼아 그렇게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며 여행다운 여행을 했을 나이라고(?)//
아쉽지만 난 내나이때 그런 여행은 꿈으로만 꿨다.
해외여행은 커녕 여권도 없고, 내 방 학쪽 벽면엔 World Map 이라고 씌여진 세계지도만 붙여져 있을뿐..
언젠가 그 여행지도에 내가 가본곳을 색색깔 펜으로 자랑스레 동그라미 쳐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나에게는 여행이란 추억이 없는 것이다.

내 지난날을 후회하다가 이번 여름엔 꼭! 기필코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첫번째, 해외여행.
해외여행을 가려면 우선 필요한건 여행경비.
하지만,, 나에게는 한가로이 해외여행을 할 만한 여유자금이 없다.
그리고 들려오는 아홉시 뉴스소식들. 신종플루 감염자가 전세계적으로 늘어만 가고 있다니..
좋아.
나의 첫 해외여행 스타트는 내 오랜 소망인 유럽배낭여행으로 고이 간직해놓자.

두번째, 국내여행.
해외여행을 갈 형편이 안되면 국내로 가자.
국내.. 어디가 좋을까? 제주도?
우리나라는 나라가 좁아서 수도인 서울에서 가장 밑에 지방이라고 할수 있는 경남지방까지 초고속 기차를 타고도 두시간이면 간다.
그래. 기차여행.

기차여행이라고 하면 작년에 내가 가보려고 했지만 기회를 놓쳐버려 가지못한 내일로 여행이 있었다.
내일로 여행이라고 하면.
만18~24세까지 생일이 지나지 않는 조건으로 일주일동안 전국에 있는 무궁화와 새마을호를 마음대로 탈수 있는 상품이다.
만 24세라고 하면 올해까지가 마지막이라 이번에 가지 못하면 이제 다시는, 영영,, 주민번호 위조를 하지않는이상 탈수 없는 것이다. 
홈쇼핑에서도 한정판, 마감임박,매진사례 하면 나도 모르게 심장박동수가 올라가고 이번에 못사면 영영 그 기회를 잃어버릴거 같아
내손은 이미 전화번호 다이얼을 누르지 않는가.
만24세까지. 올해가 아니면 아무리 돈주고 사고 싶어도 타지 못하는게 아닌가.

그래! 올해가 가기전에 마지막 기회인 내일로티켓을 끊어 일주일 동안 전국일주를 하자!! 고 결심을 했지만, 아쉽게 짧은 휴가기간이라 3박4일간의 전라도-경상도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누구와?
우체국아가씨 리동과! ㅋㅋ











나는 비오는걸 좋아한다.
축축하고, 햇빛도 없어 습하고, 괜히 울적해 지게 만드는 비가 어디가 좋냐고?
난 그냥 좋다.
빗소리가 좋다.
톡톡, 툭툭, 때로는 무서울정도로 퍼부을때도 있지만 난 그냥 빗소리가 비가 좋다.
비오는 날에는 포근한 이불속으로 파고들어 이불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다.
그냥 그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하루종일 자고 싶다.
그만큼 평온하고, 행복하고, 아늑한 것이 없는것 같다.

예전엔 그냥 우산하나 쓰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빗속을 걸었던 적이 있다.
뜨거운 햇빛도 없어 걸어도 걸어도 땀이 나지는 않았다.
귀차니즘으로 눈꼽만 떼고 모자하나 눌러쓰고 밖에 나가도 누구하나 쳐다보는 사람들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우산속에 파묻혀 종종걸음으로 걸어가고 나또한 우산속에 파묻혀 그냥 그렇게 빗속을 걷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전날 비가 왔다.
장마의 시작이라 뉴스에서도 소식을 전하고, 하늘은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온통 찌푸리고있었다.
그래,
비오는날 기차에 몸을 싣고, 창밖을 내다보는 풍경도 운치있고, 낭만있을거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렇게 기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날은 비가 오지 않았다.
여전히 하늘은 구름가득 찌푸리고, 건드리면 톡 하고 터질것같이 울상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흐린날의 여행도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나름 운치도 있고, 맑은날 기차 차창밖 풍경만 보다가 흐린날의 기차 차창밖을 보기 흔치 않으니 더 좋았다.

우린 그렇게 기차를 타고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낯선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첫 도착지는 순천.
정말 태어나서 처음들어보는 지명이었다.
밑에지방을 가본곳이라고는 대전뿐이었다.
그 이상 밑으로 가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순천이라니, 그때 처음 순천이 전라도에 속해 있다는것을 알았다.
사실 나와 리동은 내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한달전인가? 그보다 더 일찍인지, 결정을 했었다.
하지만 우리둘은 언제 어디에 몇시에 도착하여 어떤걸 보고 무엇을 먹자,, 하고 제대로 정한게 없었다.
그 전날 새벽까지 나는 휴가때 못할 일을 하고, 리동은 하루더 일을 나가야했다.
결국 새벽 세시쯤에 리동이 루트를 정하고, 난 그제서야 휴가갈 준비를 했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무작정 떠나자 하고 떠나게 된 것이다.
그나마 전체적인 루트는 정해놓았기 때문에 어떻게 가야겠다는 그건 알고 가게 되었다.

우리가 출발한건 단양.
고향이다.
하지만 단양에서 순천까지 바로가는 기차는 없다.
결국 우리는 두시간가까이를 기차를 타고 천안까지 간뒤에 잠시 경유하여 여수행 기차를 탔어야 했다.
그곳 천안역에서 우리는 우리와같이 내일로 여행을 하는 커플을 발견했다.
갈곳을 알아보기 위해 역내에 있는 인터넷을 이용했는데 내 옆자리에서 부산에서 온 커플들이 제천을 살펴보고 있었다.
제천이라 함은 고향인 단양에서도 가까운 곳이다.
잠시 그들과 얘기를 하고 나서 밀려오는건 씁쓸함. 아니 쓸쓸함이라고 해야되나?
젊은 나이에 커플들과 일주일동안 배낭매고 기차타고 전국을 여행한다는거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볼수 있는 추억인가.
가진거라곤 배낭과 튼튼한 다리, 어디든 갈수 있는 내일로 기차티켓,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너~~~~ 무 부러웠다.
만약에 나에게도 지금 사랑하는 남자친구 있다면, 연하이거나 혹은 생일지나지 않은 동갑이거나.
같이 저 부산커플들 처럼 여행을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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